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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능황지(초기설정 기반)+미은 간략한 썰...풀어봄. 진짜 말도 안되게 굉장한 적폐이니 알아서 판단하여 읽어주세요. 순애...인 듯 순애 아닌...순애 같은 단편글.

 

※김사능 초기설정을 봤을 때, 그 내용 보자마자 떠오른 내용을 이래저래 엮어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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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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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썰은 작가님이 트위터에 간략하게 풀어주셨던 김사능 관련 폐기안(초기설정)을 기반으로 쓴 내용이므로, 이 썰에 등장하는 현재 연재+완결된 "행성인간"에 등장하는 현재설정 김사능과는 별개의 인물로 보셔야 합니다.

+작가님이 풀어준 초기설정 내용 요약

원래 김사능은 초안일 때 방사능을 뿜어내는 능력을 가진 캐릭터였다. 그래서 피부도 하얗고 갈라져있고 방독면 같은 것을 쓰고 다니는 모습이었다. 미은이가 납인간인 것도 사능이 미은에겐 피해를 입히지 못하게 하려고 만든 설정이었다. 그래서 처음엔 이름이 아니라 콘티에 별칭으로 사능(방사능)이라고 쓰던 것이 능력이 하찮은 종이인간 능력으로 변하면서 이름이 된 것이다. 또한 원래 사능은 황지가 행성인간으로서의 능력을 잘 다룰 수 있게 도와주는 스승 같은 포지션이었다. 물론 나중에 적이 되긴 한다. 사능의 최종목표는 죽어가는 행성인 자신에게서 탈출하는 것으로, 본인의 의식을 이어나갈 행성민을 만들어내고 그 행성민이 되어 황지의 몸을(행성을) 빼앗으려는 꿍꿍이를 가진 캐릭터였다. (즉, 초기 외눈이 설정은 사능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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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스토리에 백업할까 말까 고민 많이 했는데 쓴지 시간 꽤 됐고

읽으신 분들 반응이 괜찮았으므로 용기 내서 백업해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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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y?

 

읽고나서 저 욕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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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저는 외딴 부둣가 컨테이너 안에 적치된 여러 개의 납관 중 한 곳에 몸을 눕히고 있습니다. 아마 이곳이 저의 마지막 장소가 될 것이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 어둠이 제가 마지막으로 보는 광경이겠지요. 왜 제가 이런 곳에 들어와 누워있는지? 어째서 이 좁은 곳에서 생을 마감하려고 하는지? 궁금하시겠죠.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겠지요.

그러니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모든 일의 시작은 약 1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저는 퀸즈 의대에 재학하는 학생이었습니다. 의대생이었던 거죠. 저는 워낙에 우수한 인재였기에, 여느때처럼 이 학교에도 수석으로 입학할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웬걸, 저는 차석이었습니다. 제가 수석이 되지 못했다는 사실이 믿기질 않아서 어떤 놈팽이가 수석자리를 가져갔는지 한 번 얼굴이라도 보자고 생각하고 단상 위에 올라갈 수석 입학생의 모습을 좇았습니다.

단상 위에 올라온 사람은 초록색 단발이 잘 어울리는 어여쁜 여성이었습니다. 부끄럽게도, 저는 그녀를 보고 한눈에 반하고 말았습니다. 강단 있어보이는 태도와 목소리, 저의 명석한 두뇌를 짓밟고 수석이 될 만큼의 지성, 그리고 아름다운 외모가 저를 매료시킨 겁니다.

어쨌든 차석이었던 저는 수석이었던 그녀에게 단숨에 접근할 수 있었고 바로 친해졌습니다. 그녀는 명석한 두뇌만큼이나 자존심도, 자존감도 높았습니다. 그리고 입이 매우 거칠었습니다. 때때로, 저는 그녀가 내뱉는 무시무시한 욕설의 향연에 상처입고 눈물을 주르륵 흘릴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그녀가 좋았습니다. 어색하고 쑥스러워 그녀에게 고백은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수석과 차석의 어울림이라고나 할까, 그런 두뇌 명석한 이들이 어울려다니는 그룹에 함께 속하여 같이 공부하고 토론하며 그녀와 많은 정을 쌓았다고 자부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내 오만한 환상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제가 생각지도 않던 다른 남성와 사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녀가 당연히 언젠가는 지성이 넘치는 저를 바라봐주리라고 여겼지만, 그녀가 소중히 여기는 것은 지성이 아니었습니다. 따뜻한 미소와 다정다감한 행동으로 그녀를 품어주는 그 남성에게 그녀는 푹 빠져버렸습니다. 분했지만, 제게는 아무 할 말이 없었습니다. 차라리, 고백이라도 한 번 해봤다면 뭔가 달라졌을까요. 하지만 고백조차 해보지 않은 제 입장에서 그녀와 그 남성에게 무슨 말을 할 자격은 없었습니다. 아니, 고백을 했더라도 자격은 없었을 겁니다. 그녀가 저를 받아들여주지 않았다면요.

비록 그녀를 품에 안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저는 그녀를 사랑했기에 그 전과 다름없이 그녀와 그 남성을 대해왔습니다. 그러는 편이 이득이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제가 투정을 부린들, 저만 그 자리에서 떨어져 나가 외톨이가 될 것이 뻔했습니다. 그러니 차라리 이전처럼 똑같이 대하며 그들과 친구로 지내는 것이 훨씬 나았습니다. 그렇게, 속으로 울분을 삼키고 저는 평정을 가장하며 그들과 함께했습니다.

그러다 사고가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그 날의 사고. 나와 그녀는 각자 차석과 수석으로서, 퀸즈 대학에서 주도하는 중요한 수술을 집도하게 되었습니다. 교수님이 옆에 서서 지시를 내리면, 저와 그녀가 바쁘게 손을 움직이며 수술을 진행하는 방식이었죠. 많은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저는 그녀와 호흡을 맞춰 수술을 진행하였고 그 순간만큼은 뭐라 말할 수 없는 희열을 느꼈습니다. 봐라, 당신은 고작해야 차석도 못한 사람이니, 당신의 그녀는 지금 나와 호흡을 맞춰 수술을 집도하는 중이지 않나. 그런 고양감에 빠져 흥분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그 흥분은 오래 지속되지 못하였습니다. 갑자기 경고음이 울리더니 환자의 몸에서 다량의 혈액이 튀어나왔습니다. 눈의 점막에 그 혈액이 튀어 따끔함에 눈을 꾹 감았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그 순간 저는 "감염"되고 만 것이었습니다...

...

...

현장에서 수술하던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어떤 "질병"에 감염되고 말았습니다. 달에서 온 미지의 바이러스. 그 바이러스로 인해, 감염된 사람들은 몸속에 미지의 "문명"이 생성되고, 그 문명의 발전으로 인해 특수한 능력을 손에 넣는 대신 수명이 짧아지고 맙니다. 우리를 지도했던 교수님은 몸이 거대해지고 강력해지는 기묘한 능력을 얻게 되었습니다. 저와 호흡을 맞추던 그녀는 온몸이 납으로 변하여 납인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몸에서 방사능을 뿜어내는 방사능인간이 되고 말았습니다.

교수님은 스스로의 의지로 몸의 변화를 이끌 수 있어, 평소엔 평범한 인간인 척 가장할 수 있었고, 그녀는 감염된지 1개월 동안은 몸의 변화를 받아들이기 힘들어, 적응하기 전까지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했고 호흡하는 것도 벅차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상황이 더 좋지 않았습니다. 몸에서 방사능이 뿜어져나온다는 것은 주변에도 악영향을 미치지만 스스로에게도 영향이 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문명의 발전으로 몸에서 방사능을 배출하기에, 보통 사람들에 비하면 방사능에 대한 저항력이 훨씬 높았지만 그래도 아주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저의 염색체는 조각조각나고, 세포가 다량으로 사망하고 재생되지 않아 피부가 갈라지고 벗겨지며 그 자리마다 진물이 튀어나오기 일쑤였습니다. 너무나도 고통스러웠습니다. 차라리 자살해버릴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제 옆에, 교수님과 그녀가 있어주었습니다. 교수님의 눈부신 연구성과로 인해, 비록 저는 염색체가 조각나고 피부는 새하얗게 질리고 온 살갗이 전부 갈라져 흉한 몰골이 되었지만 더 이상 통증을 느끼진 않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제 손을 잡고 많은 위로를 해주었습니다. 평소엔 그렇게 험한 말을 하던 그녀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며 위로해주었습니다. 그 때만큼은 상처로 인한 눈물이 아닌 감동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방사능을 뿜어내는 제 신체에 아무 보호장비 없이 접촉해도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그녀가 유일했습니다. 그녀가 납인간이 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제 운명의 사람이기 때문이라고까지 생각했습니다. 납인간이 된 그녀를, 그 남성이 계속 사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

...


하지만 그녀는 그 남성의 아이를 임신했습니다. 그 무엇도 몸속에 들이지 않고, 꺼낼 수 없는 그녀가 임신을 했습니다. 그녀의 아이는 태어나기도 전부터 이미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로, 이미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정확히는, 그 능력을 이용해 그녀의 몸 바깥으로 무사히 빠져나오는 형태로 출산되었습니다. 온몸이 조각조각나는 능력입니다. 그 몸의 조각은 몇 천, 몇 만개로도 섬세하게 흩어져 그녀의 몸 아주 작은 틈새로도 빠져나갈 수 있었던 겁니다.

남성은 평범하지 않은 자신의 애인, 그리고 자신의 아이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렇게 둘은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저는 그 결혼식에 가지 않았습니다. 방사능을 뿜어내는 유해물질인간이 그런 축복스러운 자리에 어떻게 갈 수 있겠습니까. 축하한다며 편지나 한 장 써서, 축의금과 함께 보냈습니다. 방독면을 쓰고, 온몸에 보호장비를 걸친 채 삐뚤빼뚤한 글씨로 써서 보낸 편지. 방독면 고글 안쪽에 제 눈물이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졌습니다.

그 후로 오랫동안 저는 그녀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저 죽은 듯이, 묵묵히 교수님 곁에서 일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 저주스러운 질병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연구했습니다. 평생 이렇게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짧아진 수명, 뿜어져나오는 방사능... 이런 식으로 생을 마감할 순 없었습니다. 그렇게 오랜 연구 끝에, 저는 동물실험을 통해 다른 생물들을 이 질병에 감염시키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감염된 동물들을 연구하는 것으로, 이 질병의 치료법을 찾아볼 생각이었습니다.

그 동안 저는 누구와도 접촉할 수 없었습니다. 그녀가 아니라면, 그녀의 온기를 느끼는 게 아니라면 저는 타인의 맨살을 만지는 것을 허락받을 수 없었습니다. 당연하게도, 저의 맨살과 타인의 맨살이 접촉한다는 것은, 그 자의 처절한 죽음의 예정을 의미했기 때문이지요. 방사능에 노출된 인간이 얼마나 끔찍하고 잔인하게 죽어가는지는,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지독하게 외로웠습니다. 그 누구하고도 접촉할 수 없는 신세. 마치 제가 불가촉천민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저는 그녀의 온기를 느끼고 싶었습니다. 이제 제게는 그녀의 온기만이 허락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7년이 지난 어느 날, 저는 그녀를 다시 만났습니다. 그녀는 그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저를 찾아왔습니다. 어찌 된 일인가 물어보니, 아무래도 이혼한 모양이었습니다. 사유는 성격의 차이때문이라고 했지만, 아마도 그녀의 강렬한 개성에 그 남성은 버티지 못했던 것이겠죠. 저라면, 그 모든 걸 다 품에 끌어안고 평생을 사랑했을텐데도. 화가 나는 한편, 그녀가 제게 돌아온 것이 기뻤습니다. 커다란 혹...그러니까, 그 아이가 딸려오기는 했습니다만.

그 아이는 7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너무나도 강한 능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온몸을 산개시키고, 상상도 할 수 없는 괴력으로 물건을 부수거나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는 능력. 원하는 곳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어디든 갈 수 있으며 총도, 칼도 무용지물. 하지만 어린 만큼 능력의 컨트롤이 힘들고 생각지도 못하게 폭주하여 주변을 박살내며 고생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제게 그 아이의 스승이 되어주길 바랐습니다. 교수님은 바쁘고, 그녀도 생계를 위해 일해야만 했습니다. 지속적으로 연구와 실험을 반복하는 제가 그나마 스승 역할을 할 수 있었습니다. 방사능이나 뿜어대는 제가 어떻게 이 아이를 가르치냐며 거절했지만, 그녀의 말에 저는 바로 타락하고 말았습니다.

"넌 정말 재수없고 시도 때도 없이 잘난 척하는 밥맛이지만, 그래도 실력 하나는 확실하잖아?"

앞부분의 폭언은 바로 뇌 바깥으로 흘러나가고 말았습니다. 그녀는 저의 실력을 제대로 알고 있었습니다. 오랜 실험경험을 통해 이제는 우리가 "행성인간"이라고 부르는 우리같은 환자들의 특성을, 저는 속속들이 다 알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아들을 제대로 가르치는 것도 분명 가능할 것입니다.

저는 바로 그녀의 아들을 맡았습니다. 어머니와 떨어져 살아야 하는 것에 큰 불만을 가지고 제게 난동을 부리던 그 아이는, 점차 시간이 흐를수록 저를 따르게 되었습니다. 눈처럼 새하얀 머리, 뽀얀 피부.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와 닮은 맑은 눈동자와 정돈된 이목구비... ...그 아이가 만약 여자아이였다면... 아니, 그건 생각하고 싶지 않군요.

처음엔 떼를 쓰며 온 사방을 박살내고 투정을 부리던 미운 그 녀석이 점점 얌전해지며, 저를 형아, 형아라고 부르며 따르는 것이 여간 귀여운 게 아니었습니다. 하얀 머리가 팔락거리며 제게 달려오는 모습이 참으로 기특했습니다. 비록 맨손으로, 맨피부로 접촉하면 방사능에 노출될 우려가 있어 저는 항상 방독면을 쓰고, 라텍스 장갑을 끼고 그 아이를 만져야만 했지만 아무래도 좋았습니다. 장갑 너머로 아이의 온기를 느낄 수는 없었지만요.

하지만 그 아이를 귀여워함과 동시에 증오하는 마음이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저를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가 바로 이 아이인 겁니다. 제가 아닌 다른 남성과 관계하여 태어난 아이. 그 아이는 그녀를 참으로 닮았지만, 어떤 부분에선 그 남성과도 닮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 남성과 닮은 모습을 하나하나 발견할 때마다 증오심이 차올라서, 그 아이의 목을 사정없이 붙잡아 비틀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눈동자로 저를 바라보는 그 아이의 얼굴가죽을 벗겨버리고 싶었습니다. 녀석의 이목구비는 그녀와 닮았지만, 그 남성과도 닮지 않았나? 그런 의심과 불안감에 저는 몇 번이나 갈등했습니다.

차라리, 나와 그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 귀엽고 순진한 아이에게, 능력을 제대로 사용하는 법을 다정하게 알려주고, 형아─가 아닌, 아빠─라는 소리를 들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형아, 형아. 그 아이가 기쁜 표정으로 저를 부르며, 능력의 제어와 향상을 자랑할 때마다 저는 기특한 한편 비참함을 느꼈습니다. 어째서, 너의 친아빠가 아닌 나한테 이런 걸 배우고 있는 거냐고. 나는 대체, 무엇을 위해 여기서 너를 가르치냐면서.

그 아이와 함께 지내는 사이 제 마음의 한편은 따뜻함으로 가득 차고, 다른 한편은 증오와 고통으로 가득 차서 극단적인 마음이 양립하는 기묘한 상태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 아이를 사랑하며 소중히 여기는 마음, 그리고 그 아이를 죽여버리고 싶은 마음이 항상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갈등하며 저를 괴롭혀댔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저는 늘 하던 실험에서 뜻밖의 성과를 내고 말았습니다. 그것은, 같은 질병에 걸린─즉, 행성인간들끼리라면, 의식을 다른 행성으로 옮기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A라는 행성인간과 B라는 행성인간이 존재할 때, B의 신체에 A의 자아, 의식, 인격을 그대로 옮길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A의 신체는 죽더라도, B의 신체에 A의 의식을 옮겨 계속 살아갈 수 있습니다. 신체를 빼앗긴 B의 의식은 사라지므로, B의 사망을 의미하기는 했습니다만.

그 실험결과를 얻고 저는 가져서는 안될 마음을 품고 말았습니다.

─그 아이의 몸을 제가 취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저는 증오스러운 그 아이를 살해함과 동시에 사랑하는 그 아이를 완전히 저의 것으로 만들고, 또한 그녀의 아들의 몸을 취하여 그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그녀와의 깊은 관계성을 갖게 되는 겁니다. 비록, 그녀의 남편이 아닌 아들이라는 위치였지만, 어쨌든 그녀와 피를 나눈 가족이 되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 아이가 능력을 사용하는 요령은 제가 가르쳤습니다. 그렇기에 그 능력을 제가 취했을 때, 똑같이 따라할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저를 철썩같이 믿고 모든 것을 이야기해줬으므로, 모든 정보를 빼내어 제 것으로 한 뒤 완벽하게 그녀의 아들을 연기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라는 존재는 죽어 사라지지만, 저는 그녀의 아들로서 여생을 보낼 수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더할 나위없이 행복한 여생이겠지요. 문명의 이례적인 발전속도로 인해 일반인보다 빠르게 죽어가는 행성일지라도, 죽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녀의 아들로서 죽는다면 저는 행복할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런 마음을 품은 뒤로, 저는 그 아이의 개인정보를 세세한 부분까지 캐내며, 그 아이의 인생을 대신 살아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주 시시하고 사소한 부분까지도 캐내었습니다. 그 아이가 학교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친구는 누가 있으며 공부는 얼만큼 하는지, 무슨 버릇과 습관을 가지고 있으며 무슨 반찬을 좋아하고 무슨 반찬은 싫어하는지...

수많은 실험을 거듭하고, 그 아이의 모든 것을 캐냈다고 확신했을 무렵, 이미 그 아이는 고등학생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 몸도 거의 한계를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이전까지는 방출되는 방사능의 양이 너무 많아 맨살 접촉은 반드시 피해야만 했지만, 이젠 방사능의 양이 굉장히 미미해져 주변에 영향을 거의 끼치지 못하는 수준까지 떨어지고 만 것입니다. 좋아할 일은 아니었습니다. 능력이 약해진다는 것은, 곧 죽는다는 뜻이었으니까요.

제가 죽어버리기 전에, 빠른 시일 내에 그 아이의 몸을 취하기 위해 모든 준비를 끝마치고, 결행하기로 한 날─그러니까, 어제입니다만, 저는 여느 때와 다름 없이 그 아이에게 집으로 와서 저녁을 먹고 하룻밤 자고 갈 것을 권유하였고, 그 아이도 아무 의심 없이 그 말에 순순히 따라 저의 집으로 왔습니다.

그 아이가 좋아하는 햄과 소세지 반찬을 차려주고 함께 식사를 마친 뒤, 마찬가지로 녀석이 좋아하는 과자를 몇 개 건네주고 그것을 맛있게 먹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이것이, 녀석의 마지막 식사가 될 것입니다.

수면제는 쓸 수 없습니다. 우리같은 행성인간들은 몸 안쪽의 행성민들이, 몸에 독이 되는 약물을 저지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아이가 어릴 적부터 쓰던 자기만의 방 안에서, 그 방의 침대 위에서 잠들기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다행히도, 녀석은 자정이 가까운 시각 슬슬 졸리다며 자야겠다고 제게 인사하고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앞으로 1시간 정도 더 기다린 뒤에, 녀석의 방으로 들어가 행동을 개시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인내심있게 1시간을 기다린 끝에, 저는 조용히 그 아이의 방문을 열었습니다. 녀석은 곤히 잠들어있었습니다. 저는 침대 옆으로 다가가 그 아이의 자는 얼굴을 내려다보았습니다. 편안히 잠든 그 얼굴이, 감겨진 눈가가 참으로 그녀를 닮았습니다. 오늘부터 저는, 이 아이를 대신해 그녀의 아들이 됩니다.

가장 먼저 그 아이의 심장을 한 번 멎게 만들 필요가 있었습니다. 몸이 상하면 제가 갈아탔을 때 곤란하므로 흉기를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가장 확실하게, 상처없이 깨끗한 몸으로 죽게 하려면 교살이 제격이었습니다.

저는 그 때 처음으로, 늘 손에서 빼지 않던 장갑을 벗은 뒤 새하얗게 질리고 거칠거칠하게 갈라진 살결의 맨손으로 그 아이의 얼굴을 살짝 쓰다듬었습니다. 실로 굉장히 오랜만에 느끼는 타인의 온기였습니다. 마치 데일 듯한 감촉이었습니다. 너무나도 뜨거워서, 손이 그대로 불타 으스러질 것만 같았습니다.

덜덜 떨리는 양손으로 저는 간신히 그 아이의 목을 살짝 감싸듯 붙잡아 보았습니다. 어쩌면 이 이상한 감촉에 녀석이 눈을 뜰지도 모르니, 신속하게 목을 졸라 죽여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용을 써도 손끝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그 아이의 목을 감싼 저의 양손바닥이 불에 데인 것처럼 화끈거리며 뜨겁게만 느껴졌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자고있는 그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저는 그 아이와의 추억을 떠올렸습니다. 첫만남에 투정부리던 미웠던 모습도, 점점 친해져가며 저를 따르던 귀여운 모습도, 키가 크고 성장함에 따라 금방 형의 키를 따라잡을 거라 호언장담하던 모습도, 형의 장갑 낀 손이 아닌 맨손을 잡아보고 싶다고 칭얼거리던 모습도, 그깟 방사능이 문제라면 언젠가 자기가 더 굉장한 능력을 손에 넣어 방사능을 이겨내겠다고 결의에 찬 표정으로 맹세했던 모습도.

그리고 어째선지 다음 순간 저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왜 지금 이 순간 이렇게나 마음이 약해지는 걸까. 그 아이를 죽이기 위해 그렇게나 준비하고 그렇게나 시뮬레이션해왔건만, 막상 그 아이의 체온을 느끼니 도저히 행동으로 옮길 수 없었습니다. 그 아이를 죽이고 싶은 만큼, 미워하고 증오하는 만큼 그 마음에 비례하여 저는 그 아이를 사랑했습니다. 그 마음이 저를 모질게 괴롭히면서도, 그 아이를 도저히 죽일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저는 조용히 방에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실험할 때 늘 이용하던 불법업체에 연락을 넣어, xx부둣가 컨테이너를 하나 대여하고 그 안에 납으로 된 관을 여러 개 넣어줄 것을 의뢰했습니다. 그리고 하루 있다가 그 모든 관의 뚜껑을 용접하여 바다에 수장할 것도 말입니다. 지금까지 실험에 사용했다가 폐기처분된 동물의 사체를 폐기할 땐 늘 그렇게 해왔으므로, 상대방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번에 관 안에 들어갈 것은 동물의 사체가 아닙니다.

저는 지체없이 집을 빠져나와 부둣가로 향했습니다. 의뢰해둔 컨테이너 박스, 늘 보던 그 납관의 뚜껑을 열어 스스로의 몸을 안에 넣고 뚜껑을 닫았습니다. 앞으로 몇 시간 뒤면 업자가 찾아와 관의 내용물은 확인하지도 않고 늘 하던 것처럼 뚜껑을 단단히 용접한 다음 바다에 던질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이렇게 스스로의 생을 마감하기로 했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누구도 절 찾을 수 없는 방식으로, 그리고 혹여나 제가 죽은 뒤에 남을 방사능 때문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가장 스마트한 방법으로 말이죠.

그리하여, 저는 지금 이 어두운 컨테이너 안, 좁고 어두운 납관 속에 몸을 뉘이고 조용히 저의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

...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습니다. 조용하던 컨테이너의 문이 삐걱거리며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마, 업자겠지요. 이제 업자가 납관의 뚜껑을 모조리 용접하고나면 정말 돌이킬 수 없게 됩니다. 살려달라고 빌고 울부짖고 애원해봐도 제 힘으로는 도저히 용접된 납관의 뚜껑을 열 수 없을테니까요. 하지만 죽기 직전, 죽는 그 순간 제가 후회하고 죽기 싫어 공포에 떨며 애원하게 된다면, 그것은 제 추악한 마음과 품었던 증오에 대한 생애 최후의 벌일 것입니다.

철로 된 컨테이너 바닥을 터벅터벅 걷는 발자국 소리가 납관이 적치된 장소까지 울려퍼집니다. 이제 이 업자는 늘 하던 것처럼 납관 속은 들여다보지도 않고 뚜껑을 죄다 용접할 터였습니다. 그런데, 바깥에서 들리는 소리는 관뚜껑을 용접하는 소리가 아니라, 뚜껑을 덜컹거리며 열어보는 소리였습니다.

저는 초조해졌습니다. 계약에 따르면 내용물을 확인하지 않고 문답무용으로 용접해서 몰래 바다에 납관을 폐기처리해야할 것인데, 어째서 이 업자는 내용물을 확인하려 하는 것인가. 저의 완벽한 자살계획이 틀어지고 말았습니다. 이 멍청한 업자 때문에.

업자가 뚜껑을 여는 순간, 저는 장난을 가장하여 업자를 놀래킬 채비를 했습니다. 이 자리를 얼버무리고, 다음 자살 계획을 세워야 하니까요. 분명 확인하지 말라는 계약이었을 터인데, 어째서 확인했느냐고 추궁하고 잘 얼버무린 뒤 다른 방법을 강구해볼 생각이었습니다.

제 옆에 놓인 납관의 뚜껑이 차례차례로 열리는 소리가 울려퍼졌습니다. 느낌을 보아하니, 다음으로 제가 든 납관의 뚜껑이 열릴 차례가 온 모양입니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소리가 들렸으니까요. 저는 바로 몸을 벌떡 일으킬 준비를 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제가 누워있는 납관의 뚜껑이 열렸습니다.

뚜껑이 열리는 순간 바로 일어날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눈이 부셔서 저는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오랜 시간동안 어둠속에 익숙해진 눈이 갑자기 들어온 빛에 적응하지 못하고 제 몸을 반사적으로 웅크리게 만들었습니다. 생각지 못한 상황에 당황한 제 귓가에 들려온 것은 놀랍게도 늘 듣던 익숙한 목소리였습니다.

"형!!"

...그 아이의 목소리입니다. 어째서? 어째서 녀석이 이곳에 있는 걸까요? 저는 눈이 부신 것도 잊고 그대로 눈을 번쩍 뜨고 말았습니다. 눈이 시큼해지며 눈물이 마구 흘러나왔지만 개의치 않았습니다. 그 아이가 울상을 짓고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형... 저랑 함께 집에 돌아가요"

저는 결국 속절 없이 녀석의 손에 이끌려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그 부탁을 거절할 힘이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장갑을 끼지 않은 저의 맨손을 녀석이 강하게 붙잡고, 돌아오는 길 내내 저를 놔주질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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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가 제게 해준 이야기는 놀라운 이야기였습니다. 보통 행성인간들은 몸속의 행성민의 존재를 외부에서 확인하더라도, 내부의 행성민이 바깥으로 나오거나 소통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몇 번이고 실험하고 검증한 내용이라 확실합니다. 하지만 그 아이의 몸속에 싹튼 문명은 생각 이상으로 강대했던 모양으로, 행성민이 몸 바깥으로 나와 행성 본체와 소통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행성인간들 중에선 최초의 사례일 것입니다.

녀석이 행성민과 소통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행성민들이 저의 존재를 경계하여 그 사실을 발설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녀석을 바라보는 제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나요. 그렇게 함구하던 보람이 있었는지, 녀석이 잠든 사이에 제가 녀석의 목을 살짝 졸라보려고 하거나, 그러다 말없이 방안에서 나간 것을 녀석의 행성민이 전부 지켜본 셈이 됩니다.

제가 했던 일련의 행위를 전부 지켜보던 녀석의 행성민이, 녀석을 깨워서 모두 말해주고 저를 쫓아왔다고 합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맨몸으로 나온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미량의 방사능이, 제가 다닌 곳마다 발자국처럼 남아있어 그것을 따라 이곳까지 도달한 것입니다.

저는 제가 품었던 추악한 마음을 아주 조금만─제가 녀석의 어미를 사랑하고, 녀석의 몸을 빼앗으려 했다는 사실만큼은 함구하였습니다─그 아이에게 털어놓았습니다. 녀석을 사랑함과 동시에 미워했다는 것도. 죽으려고 했던 것도, 굳이 지금 죽지 않아도 머지않아 곧 죽을 것이라는 사실도. 아직 17살인 녀석에겐 어려운 내용이었겠지요. 어렵다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붕붕 흔들다가 제게 말했습니다.

"잘 모르겠지만...그래도 형...저 사랑하는 거 맞죠?"

그 대답에 제가 긍정하자 녀석은 환하게 웃어보였습니다. 얼만큼 미워하든, 증오하든간에 상관 없는 모양입니다. 증오하는 만큼, 똑같이 사랑한다면 말이죠. 참으로 단순한 사고방식이 아닙니까. 저같이 똑똑한 사람들은 그러한 양립된 감정에 괴로워합니다만, 녀석은 멍청해서인지 어쨌든 사랑해주면 상관없다는 모양이네요.

"형을 죽게 만들지 않을 거예요"

녀석은 비장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고는, 제게 혈액이 가득 찬 혈액팩 하나를 내밀었습니다. 누군가 다른 행성의 혈액, 즉, 자원이겠지만, 이미 죽어가는 행성한테 그런 건 의미가 없습니다. 안쪽의 문명이 바스라져 멸망해가는데, 자원을 쏟아부어봤자 이미 발전할 힘이 없습니다. 이제 저는 누구의 피를 받든간에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하지만 녀석은 확신에 찬 얼굴입니다.

"제 피예요, 형...분명 도움이 될 거예요. 저는 강하니까"

저는 할 수 없이 그 혈액팩을 손에 쥐었습니다. 그리고는 바스라지고 갈라져 나무껍질처럼 거칠어진 팔뚝 사이를 쓸어넘긴 다음 그 위로 링거바늘을 꽂았습니다. 이렇게 녀석의 피를 제게 수혈하는 날이 올 줄은 몰랐지만, 아무튼─ 놀랍게도, 지금까지 다른 행성의 피를 수혈해도 별 느낌이 없었던 몸에 분명한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하얗게 새었던 창백한 피부에 혈색이 돌고 몸속이 따뜻해집니다. 분명히 저는 살아나고 있었습니다. 녀석의 피를 수혈받고 말이죠.

"제 몸속에서 나온 ★이 알려줬어요. 제 능력 중의 하나래요. 몸의 사이클이 무한하게 돌고,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계속 새롭게 태어나는... 잘은 모르겠지만, 엄청 좋은 거래요. 형을 구할 수 있댔어요. 방사능도 이겨낼 거래요. 제 몸도 방사능의 영향을 받지 않는댔어요. 그러니까...죽으면 안돼요 형... 제가 계속 도와드릴게요. 저랑 계속...같이 있어주세요!! 죽지 마세요..."

저는 결국 왈칵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녀석이 제 등을 토닥여주었습니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지요. 저보다 20살이나 어린 꼬마아이한테, 저는 그렇게 위로받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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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저는 녀석의...황지의 피를 조금씩 수혈받으며 점점 멀쩡한 몸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방사능을 방출하는 능력 또한 강해지긴 했지만, 황지의 곁에 있을 때면 보호장비를 입지 않아도, 방독면을 쓰고 장갑을 낀 채로 황지를 만지지 않아도 됩니다. 새하얗게 질려 거칠거칠하게 갈라졌던 피부도 점점 나아지고 있습니다. 조금은 매끈해진 손으로 황지의 뺨을 쓰다듬어도, 품안에 껴안아도 이젠 괜찮습니다.

황지의 능력 중 하나입니다. 방사능에 오염된 세포와 염색체가 금방 원상복귀되어 정상으로 돌아오는 경이롭고도 기적적인 능력. 황지가 그 능력을 제게 나누어줌으로써, 저의 조각났던 염색체도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죽어가던 문명도 무한한 사이클의 원리에 따라 새롭게 태어나 저의 죽어가던 문명은 감염된 직후의 팔팔한 상태로 복귀하였습니다.

저는 지금 황지와, 황지의 어머니, 그녀─미은 누나를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황지의 아버지도 아니고, 미은 누나의 남편도 아닙니다. 기묘한 관계가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저는 이제 아무래도 상관 없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제가 품었던 추악한 마음에 대한 속죄가 필요했습니다. 황지와 누나가 걱정 없이 지낼 수 있도록 간혹 생기는 행성인간끼리의 분쟁에서 그들을 지켜주고, 다른 행성한테 붙잡혀 자원으로 소모되지 않도록 보안에도 신경쓰고 있습니다.

이들을 절대 잃지 않을 것입니다.

제 모든 것을 다 바쳐 지켜낼 겁니다.

그리하여, 저는 이제 완벽하게 행복합니다.

사랑하는 황지와, 사랑하는 미은 누나 곁에서 함께 지낼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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